목록으로

신앙과 일

“제가 일터에서 복음 전하는 일을 소홀히 하는 걸까요?”
by 김선일·이금주2023-10-24

엉겅퀴와 가시덤불

그리스도인들이 일터에서 겪는 문제와 질문을 두고 김선일 교수와 이금주 교수, 두 신학자가 대화하며 그 답을 찾아 나선다. 


교회 다니지 않는 아이에게 과외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있습니다. 그런데 미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그 아이에게 전도를 하나 봅니다. 아이가 저에게 선생님도 교회 다니냐고 묻더니, 그 미술 선생님이 자기에게 기독교 얘기를 많이 한다는 겁니다. 저는 그동안 신앙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복음 전하는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일까요? 


이금주: 이 질문이 전도의 주제라면 김 교수님이 더 전문이실 것 같은데요. 제가 이 사연을 보고 처음 떠오른 질문은 ‘이 과외 선생님은 전도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또한 전도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였습니다. 아마 이는 일터에서 복음전도의 사명을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이 모두 가져야 할 질문일 것입니다. 


김선일: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은 21세기 복음전도의 주된 현장은 일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지요. 우리의 일터는 그곳이 많은 사람이 일하는 큰 조직이든 아니면 이처럼 어린 학생 하나를 지도하는 사적인 공간이든 늘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이 사례에서 과외를 받는 학생이 ‘선생님도 교회 다니냐?’ 물었다는 것은 복음을 전할 좋은 기회가 열린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교회를 다닌다고 답하고 대화를 계속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 예, 비록 사소한 질문 같지만 전도의 문이 열리는 자연스러운 상황일 것 같습니다. 골로새서 4:5에서 바울이 “외인에게 대해서는 지혜로 행하며 세월을 아끼라”고 했는데, 여기서 세월을 아끼라는 말이 헬라어로는 “기회를 사라”는 의미라고 하지요. 일상에서 이러한 순간은 “하나님이 전도할 문”(골 4:3)을 열어 주시는 것일 수 있으니 영적으로 민감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 저라면 이 학생에게 ‘그래 선생님도 교회 다닌단다’ 이렇게 답하고 나서, ‘그런데 왜 그걸 묻는 거니?’ 또는 ‘너도 교회에 관심이 있니?’ 물으면서 대화를 더 이어가겠습니다. 학생에게 예수님과 복음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지요. 


: 그렇지요. 근데 저 질문의 행간을 보면, 질문자가 복음을 전하는 것에 대해서 약간 머뭇거리고 자신이 없는 것 같기도 해요. ‘복음 전하는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일까요?’ 물은 것을 보면 그런 느낌이 듭니다. 


: 그래서 제가 시작할 때 그 과외 선생님이 복음을 전한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전도지나 성경을 펼치지 않고도 복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의 태도가 복음을 전합니다. 과외 선생님의 말과 행실이 그 학생에게 그분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줄 것입니다. 만일 그 선생님이 다른 믿지 않는 선생님들과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학생은 ‘이 선생님은 뭔가 다르구나’ 느꼈을 겁니다. 우리의 언행과 태도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훨씬 더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 사실 일상에서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사느냐가 이미 복음을 전하고 있는 것이지요. 저는 그래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우리가 그리스도인임을 알고 있다면 사영리나 다리 예화 같은 특정한 프로그램의 ‘전도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이미 전도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좋은’ 전도를 하느냐 ‘나쁜’ 전도를 하느냐일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면서 삶의 모범을 보이지 못한다면 오히려 사람들을 복음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나쁜 전도가 되겠지요.


: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전통적 의미에서 전도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모든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아야 한다는 점에서 말과 행실의 전도자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모든 상황에서 전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 예, 저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이 질문은 어떻게 복음을 전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앞서 일터에서, 즉 일을 위해서 만난 자리에서 전도라는 종교 활동을 해도 되느냐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리 과외라 해도 일은 공적인 것인데, 여기서 개인의 종교를 나누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고민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오늘날에는 이런 문제가 더욱 심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터라는 공적인 장소에서 전도라는 개인의 종교적인 신념을 나누어도 괜찮은가?’ 이런 의문이 함축된 것으로 보입니다. 


: 일의 신학은 일터에서 우리의 일차적 사명은 하나님 앞에서 일 자체를 충실히 하는 것입니다. 이 선생님의 경우도 학생에게 과외를 가르치는 일이 전도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성껏 학생을 지도하면서 학생이 공부하는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세심하게 돌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것이 선생님의 소명입니다. 일 자체의 소명에 충실하고 고 어린 사람일지라도 존중하며 대하는 선생님의 그러한 모습이 복음을 전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입니다. 


: ‘행동은 말보다 더 크게 들린다.’ 이런 영어 속담이 있습니다. 복음전도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통해서 들려진다고 생각합니다. 베드로전서 3:1에서 베드로는 그리스도인 아내들이 남편들에게 순종하며 선한 행실을 보일 때 그 남편들이 “말로 말미암지 않고 그 아내의 행실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게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삶 자체가 복음의 메시지이고, 좋은 소식이어야 합니다. 


: 선생님이 학생에게 귀감이 안 된 상태에서, 공부를 지도하는 일에 대한 진실한 관심과 열정이 없는 상태에서 복음만 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다면 그것은 오히려 전도에 더 장애가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말과 행동이 같이 전달되어야 설득력이 훨씬 높아집니다. 


: 우리가 종종 디모데후서 4:2의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라는 구절을 전도에 적용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전도를 해야 한다는 전도 제일주의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전도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말씀을 자세히 보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도지를 나눠주고 복음제시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말씀 사역자로서의 소신과 영적 권위를 가리킵니다. 당시 연소한 목회자였던 디모데에게 스승 바울이 교회에서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그들이 원하는 말만 하려 하지 말고 인내와 용기를 갖고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라는 말이지요. 물론 이러한 자세가 복음을 전하는 우리의 자세와 동기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울은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고 한 다음에 “오래 참음과 가르침으로 [하라]”고 권합니다. 이는 교회 안에서의 목양과 교육을 의미합니다. 교회 밖에서 불신자를 만나면 아무 때라도 복음을 전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의미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입니다. 


: 교회들에서 그 말씀을 너무 아무 때나 전도하라는 명령으로 이해하는 경우를 저도 종종 봅니다. 일보다 전도가 우선이라고 하거나, 그래서 일은 전도의 도구라고 생각하면 복음의 더 큰 차원을 놓칠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일과 일을 대하는 태도가 이미 복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예, 물론 이렇게 개인적으로 과외지도를 하는 경우라면 가르침과 돌봄이라는 공적인 일에서 선생님의 개인적이고 인격적인 모습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좋은 관계 형성과 선한 행실이 일종의 예비적 전도사역이 될 것입니다. 사실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을 엄격히 분리하는 것 또한 근대 계몽주의가 가져온 여러 폐해 중 하나입니다. 공적인 일에 최선을 다하더라도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은 인간미가 필요합니다. 좋은 배려와 돌봄의 관계에서 복음을 나눌 기회는 언제든 발생할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가 말한 것처럼 “너희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들에게 대답할 것을 준비”(벧전 3:15)하는 자세는 필요합니다. 하나님이 전도의 문을 열어주셨을 때 적절하게 할 말을 준비하고 늘 기도해야 합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공유하기
  • 공유하기

작가 김선일·이금주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 사회와 복음의 만남을 위해 섬기며 전도학과 일터 신학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전도의 유산: 오래된 복음의 미래한국 기독교의 성장 내러티브교회를 위한 전도 가이드 등이 있다. 

이금주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핵물리학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도미하여 세계적 금융투자사인 피델리티 매니지먼트에서 28년 근무했다. 그후 고든콘웰신학교에 진학하여 신학석사와 목회학박사를 취득하고, 아프리카의 여성과 교육을 위한 선교단체인 Matthew 28 Ministries를 설립하였다. 일의 신학과 변혁적 리더십을 전문으로 하는 바키대학원대학교(Bakke Graduate University)한국어 과정 위원장이며, 미국과 한국, 아프리카 등지에서 일의 신학을 가르쳐왔다.